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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선방일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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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別食의 막간




◦ 별식別食의 막간

十二월 十五일 만두국을 먹는 날이다. 원주스님의 총지휘로 만두 울력이 시작되었다.

숙주나물 표고버섯 김치 김을 잘게 썰어서 혼합한 만두속이 만들어지자 몇몇 스님들이 밀가루를 반죽하여 엷게 밀어주면 밥그릇 뚜껑으로 오려내어 대중 스님들이 빙 둘러 앉아 속을 넣어 만두를 빚어낸다. 여러 스님들의 솜씨라 어떤 것은 예쁘고 어떤 것은 투박하고 또 어떤 것은 속을 너무 많이 넣어 곧 터질듯 하여 불안한 것도 있다.

장난기가 많은 스님들은 언제나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기회만 오면 갖은 방법으로 장난기를 발휘한다.

만두를 여자의 그것을 흉내내어 빚는가 하면 남자의 그것을 흉내내어 빚기도 한다. 극히 희화적이다.

성본능이 억제된 상황하에서의 잠재의식의 발로라고나 할까. 그래서 종교적인 미술일수록 남녀의 뚜렷한 선을 투시적으로 표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만두속을 아무도 모르게 고추가루를 넣어서 빚는가 하면 깨소금을 넣어서 빚기도 하고 무우쪽을 넣어서 빚기도 했다. 드디어 만두국 공양이 시작 되었다. 별식이어서 발우 가득히 받아 간사한 식성을 달래가면서 식욕이 허락하는대로 맛있게 먹는다.

드디어 장난기의 제물이 된 스님들의 입에서 비명과 탄성이 폭발한다.

[아이고 매워] 고추가루를 씹은 스님이 탄성이다. [아이고 짜] 소금만두를 씹은 스님의비명이다.

한쪽에서는 비명과 탄성인데 한쪽에서는 키득거리며 우스워 죽겠단다. 그러다가 웃는 쪽에도 예의 장난 만두가 씹혔는지 상이 금방 우거지상으로 변한다.

하필이면 선방의 호랑이 격인 입승스님의 그릇에 고추가루 만두가 들어갔는지 후후거리면서 국물을 훌훌 마시고 입맛을 쩍쩍 다신다. 그러나 비명은 없다. 역시 선방의 백전노장답다.

스님들의 공양태도는 극히 조용하다. 그래서 엄숙하기까지 하다. 입안에 食物이 들어가면 그 식물이 보이지 않도록 입을 꼭 다 물고 씹는다. 훌훌거리거나 쩝쩝거리지 않고 우물우물 씹어서 삼킨다. 그렇다고 잘 씹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오래 씹되 조용히 씹고 숟가락 젓가락 소리가 없어야 하고 발우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극히 위생적이다. 발우는 자기 발우를 사용하고 또 자기 손으로 씻어 먹는다. 숟갈과 젓가락을 넣은 집이 천으로 되어 있고 발우 보자기와 발우닦개가 있어서 식사도구에 먼지 같은 건 침입할 틈이 없다. 발우닦개는 며칠만에 빨기 때문에 항상 깨끗 하다. 발우는 가사와 함께 언제나 바랑 속에 넣어가지고 다닌다. 그래서 몇대를 물린 발우도 있다. 대를 거듭한 발우일수록 권위 가 있다.

장난기 많은 스님들 때문에 만두국 공양시간이 어지럽고 소란했다.

공양이 끝나자 과묵하신 조실스님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옛날 어느 회상(큰스님을 모시고 공부하는 도량)의 공양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어간에 앉아 공양하는 조실스님의 눈길이 공양하는 행자에게 주어졌대요. 그런데 그 행자의 국그릇에 생쥐가 들어 있었어요. 행자는 대중이 알까봐 얼른 국그릇을 입에 대고 생쥐를 삼켜버리더래요. 그러자 탁자위의 부처님이 손을 길게 뻗어 행자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더래요. 행자가 국 그릇에서 삶아 진 생쥐를 꺼낸다면 대중들의 비위가 어떻게 되겠어요. 먹지 못하는 생쥐도 감쪽같이 먹었는데 짜고 맵고 뜨거워도 먹는 것인데 비명과 탄성을 지르면서 공양시간을 어지럽게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먹는 음식에 장난을 한 스님들이

◦ 시은施恩에 배반한 업보에 대해 우리 다 같이 참회하도록 합시다.]

 

장난질을 했던 스님들의 고개가 숙여졌고 비명과 탄성을 질렀던 스님들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고 입승스님의 표정은 곤혹함이 가득했다. 別食이 죄식罪食같은 기분이었으나 조실스님의 훈화訓誥는 심성도야에 훌륭한 청량제였다.

 

十二월 三十일 섣달 그믐날이다. 낮의 시간은 울력으로 보냈다. 떡방아도 찧고 대청소도했다. 세탁도 하고 목욕도 했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얼른 잠이 오지 않았다. 세모歲暮라는 감정때문이다.

세모는 날 일깨우면서 돌아다보라고 한다. 인간은 직립直立이기 때문에 동물과 다른 것이 아니라 지나간 날을 돌아보고 비쳐볼 줄을 아는 의식의 거울을 가졌기에 비로소 인간일 수 있다고 하면서.

일년이 하루같이 단조로왔던 선객생활禪客生活이었는데 돌아다 볼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까 더욱 돌아다 보라고 세모는 말하고 있다.

돌아다보니 하자(瑕疵)투성이다.

나는 정초에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계획을 세울만큼 희망적인 계기도 없었지만 계획을 세워 계획이 달성되지 못했을때 가져야 하는 절망감을 맛보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담담한 마음으로 돌아다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었으나 그렇질 못했다. 무엇보다도 아쉬움이 앞섰다.

◦ 정초正初는 태백산太白山 토굴에서 화두와 함께 맞이했었다. 화두는 어떤 의미와 내용으로 살펴보아도 정초와 똑같을 뿐인데 나의 등신等身은 많은 변화를 주었다. 이가 하나 뽑혀나갔고 이마의 주름살은 수를 더해가면서 골을 깊이 했고 머리 숱은 수를 줄여가면서 윤기를 빼앗겨버렸다.

받은 것이 있었다면 주어야 하고 준것이 있었다면 받아야 하는 이 세모에 나는 갚지는 못하고 또 빚만 지고 말았다. 불은佛恩을 무한히 입어 선방禪房에 머무를 수 있었고 시은施恩으로 육신을 지탱할 수 있었음에도 견성을 하지 못했으니 어떻게 보은報恩하리. 회한이 몸서리 쳐진다.

그러나 세모는 나에게 알려 온다. 이제 한해의 시간은 다 가고 제야除夜가 가까왔음을. 그러면서 타이른다. 한해의 것은 한해의 것 으로 돌려주라고. 그러면서 마지막 달력장을 미련없이 뜯어버리고 새 달력장을 거는 용기를 가지라고.

인간이란 과거의 사실만을 위해 서 있는 망두석望頭石이 아니라 내일을 살려고 어제의 짐을 내려 놓으려는 자세가 있기에 비로소 인간이라고.

話頭는 어서 변화를 보여달라고 하면서도 깊은 잠속으로 끌고간다.

밤에 우는 산비둘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올드랭사인>처럼 아쉽게 들렸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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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라님의 댓글

케일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ㅋ
절에서 먹는 음식이 정말 꿀맛이예요!!!
스님들 장난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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