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쥐뿔연가 / 이윤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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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연가 / 이윤정
착한 소는 날마다 죽어 고급 호텔로 들어가고
죄 없는 돼지는 죽어 우듬지 잘린 사슴처럼
눈빛이 슬픈 노동자의 입으로 가는데
세상모르는 노모는 돈이 제일이 아니라
몸 성히 사는 게 최고라신다
쥐뿔도 없이 현대를 산다는 것은
물도 없이 고비 사막을 혼자 걸어가는 일
쥐뿔도 없는 놈은 세상에 제 몸 제피고
사는 길 하나 뿐인데 몸 어찌 성할 턱이 있나?
쥐뿔도 없는 놈은 술값만 두둑한지
아침이슬 내릴 때까지 마시는
‘참 이슬’이라는 술
죽자 살자 이슬 마시듯 하던 박씨는
외상 술값 이승에 남겨 놓고
거품 같은 시간을 거두어 갔다
오지 않는 전화에 귀 기울이다 지쳐
눈물처럼 넘치는 술로 울던 목구멍
헹구던 세상의 노동자 하나 떠났다
문을 열어도 사람냄새 나지 않는 집을 버리고
외상 술값 없는 곳으로
이슬 따라 아주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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