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 추억팔이 하나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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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팔이란 말이 재미있더군요.
날이 더우니까 떠오르는 추억(?)이 있어 팔러 나왔습니다.
그 옛날 요맘때 날이 더워서 옷이 점점 짧아지고 얇아지는 데 반비례해
피부 노출 면적이 넓어져 가면 꼭 듣는 얘기가 있었죠.
"자매들은 교회에 민소매나 핫팬츠 입고 오는 건 자제해 주세요.
형제들이 음심을 자극받아서 예배에 집중하기 힘드니까요."
흠, 때와 장소와 행사의 성격(TPO)에 맞게 옷을 입는 게 에티켓이란 사실에는 이견 없습니다.
형광 노랑색 운동복을 헬스클럽이 아닌 상가(喪家)에서 입어서야 되겠습니까.
절이나 이슬람 사원 등 각 종교의 성전에 갈 때도, 그곳 구성원과 종교에 대한 생각을 같이 하든 그렇지 않든
너무 요란하거나 노출이 심한 옷은 피해 주는 게 예의일 것이고
그곳이 경건한 장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한다는 표현이겠죠.
본인이 그곳 구성원일 경우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그럼 그렇게 얘기하면 되지 구리게 음심 어쩌고가 뭡니까.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종교에서 추구하는 어떤 경건이라든가 진리를 탐구하는 주체는 남자뿐이고,
여자들은 그 진리 탐구 행위에 있어 철저한 타자라는 생각이 깔려 있음을 감지할 수 있죠.
또한 여성의 육체는 남자들이 신성한 진리 탐구 행위에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게 막는 방해물이며,
그 육체를 가졌기 때문에 여성은 요물이고 부정한 존재라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비약이 심한가요?
하긴, 중세 시대에는 "여성에게도 영혼이 있는가?" "여자도 천국에 갈 수 있는가?"
이런 걸로 토론씩이나 했다고 하죠.
영혼이나 천국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 종교의 세계관에 비추어 볼 때
이런 논쟁들은 사실상 여자를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 아닌가에 대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작 여자들이 그 논쟁에 참여했는지 또는 참여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랬을 리 없다고 봅니다.
(이 주제에 대한 현대의 상식은 '성별에 상관없이 인간은 뇌가 있고
그 활동에 따라 정신이 작용한다' 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현대에 태어나길 다행입니다.)
교회를 벗어나 (다른 종교 단체는 안 가봐서 다른 데선 어떻게 말하는지 모릅니다)
무대를 세속으로 확장시켜 보면,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고 다녀서 어떻게 돼도 싸다는 류의
네이버 베플에나 등장할 법한 개소리와도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생각에 기반해, 정교 일치된 몇몇 나라는 여자들의 몸을 부르카로 칭칭 감지요.
(꼭 사막에서 발원한 일신교들이 그런 아이디어를 공유하더라...)
여기서도 그런 식으로 세속의 영역에서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고 싶지만 쫄리니까 그렇게는 못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는 상식을 벗어난 그 어떤 것도 가능한
치외 법권의(?) 권역에서 점잖은 얼굴로 그런 말을 입에 담는 어르신들,
왠지, 변태같아요...
간혹 여성 어르신이 그렇게 말하는 걸 들을 땐, 그냥, 젠장...
그리고 막말로, 젊은 싱글 여성이 돼 갖고 어떤 남자의 음심도 자극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자존심 문제요, 고민거리요, 요즘 말로 굴욕 아닌가요?
싱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주제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남자들은 왜 내게 음심을 안 품는가'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특정한 남자가 내게 음심을 품도록 할 수 있는가' 인 것 같은데...
여담인데, '믿음 안에서' 만난 부부가, 관계를 갖기 전에 둘이 침대에 나란히 앉아서
꼭 함께 소리내어 기도를 한다는 믿지 못할 얘기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
둘만의 은밀한 행위를 어떤 (가상의) 지엄한 존재에게 보고하는 것도,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도, 변태같아요... 222222
뭔 내용으로 기도를 하는지 짐작도 안 갑니다.
아니 그보다 무소부재한 이가 침대맡에서 다 보고 있다는 게 안 꺼림칙한가?
아무튼 그들에게선 가끔 참 독특한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성에 대해.
왜곡됐다고 해야 할지 참신하다고 해야 할지.
그리고 여자들은 음심 없답니까?
하긴 그 종교의 궁극적인 목표인 천국에도 보내줄까 말까 논쟁하는데
욕망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줄 리가요.
더불어 (주님의 형상을 한?) 남자들도 욕망의 대상이자
감히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겠죠.
(하긴, 음심이 드는 대상도 없더라... 특히 음심 어쩌고 하는 아저씨들은 어휴...)
뭐 이해는 갑니다. '믿음의 가정' 을 이루라고 하는데 (라고 쓰고 '족내혼 강권' 이라고 읽는다)
여초 집단이라 지들이 갑이니 뭐하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힘들게 노력하겠어요.
참, 젊은 여성의 팔다리는 '음심을 자극하니까' 가리고,
나이 든 여성은 '주책맞아 보이니까' 가리랍니다.
그런 말 하는 녀석들은 가면 쓰고 다녀야 되겠더라. 왠지는 말하지 않을게. '안쓰러우니까'.
추억팔이라는 제목에 맞게 회고조로 잔잔하고 재미지게 쓰려고 했는데 실패했네요.
이 글은 남성 일반을 까기 위한 글이 결코 아님을 밝힙니다. 저 남자들 좋아합니다. 
댓글목록



rainysun님의 댓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는 "가구의 다리"의 노출조차 "상상을 자극한다"라는 이유로 가구의 다리에 옷을 입히는 진풍경까지 연출하게 되며, 이런 이유로 빅토리아식의 엄격한(내가 보기엔 정신나간) 도덕관이 조롱당하기도 합니다. 가구 다리 보고 흥분하는 놈이 변태일 뿐, 가구 다리에 죄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결국, '음란하다'라는 것은 '보는 이가 성적으로 흥분한다'라는 의미를 가질텐데 '보는 이'의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비뚤어진 잣대로 타인을 판단하겠다는 멍청한 생각을 하는 띨띨이들이 많기는 합니다.
ps. 노출의 계절을 즐기며 헤벨레~~~emoticon_148emoticon_148emoticon_148 상태로 다니는 레이니썬.. emoticon_014emoticon_013emoticon_013emoticon_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