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못해 1불짜리 지폐에도 "In God We Trust"라는 문구를 적어 넣는 미국은 '종교 국가'라 할 만하다. 미국을 이해하고 싶다면, 미국인들이 어떻게 신을 이해하는지 들여다보면 된다.미국인들은 교회에 다니지 않아도 신의 존재는 대부분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가까운 미국인(48%)은 무신론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다. 이는 동성애자(37%)나 무슬림(38%)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비율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기독교인으로 살거나, 교회에 가지 않는 사람들도 하나님을 믿는다면, 이들이 이해하는 하나님이 미국인들의 구체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베일러대학의 폴 프로스 교수가 갤럽과의 합동 연구를 통해 인간에 비친 신의 모습을 4가지로 나누고 각 유형이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밝힌 <미국의 4가지 신: 우리가 말하는 신과 그 신에 의해 비쳐진 우리의 모습(America's Four Gods: What we say about God & What that says about us)>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에서는 하나님을 4종류로 분류했다.
○ 권위 있는 하나님: 인간 세상에 개입하심과 동시에 심판하시는 하나님.(31%)
○ 자애로운 하나님: 인간 세상에 개입하시나 심판은 하지 않는 하나님.(24%)
○ 비판적인 하나님: 인간 세상에 개입하지 않으시나 심판은 하는 하나님.(16%)
○ 방관하는 하나님: 인간 세상에 개입하시지 않고 심판도않는 하나님.(24%)
○ 자신을 무신론자라고 주장한 사람은 5%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인들이 믿는 신을 4 종류로 구분한 도표. <미국의 4가지 신: 우리가 말하는 신과 그 신에 의해 비쳐진 우리의 모습>이란 책에서는 인간이 이해하는 신을 4종류로 나눈다. 위 도표 속의 숫자는 미국인들이 믿는 하나님의 유형 비율이다. 프로스 교수는 이와 같은 신에 대한 이해가 성장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체벌을 받았는지와 칭찬을 주로 들었는지를 묻자, 권위 있는 하나님을 믿는 그룹이 가장 체벌을 많이 당했고, 방관하는 하나님을 믿는 그룹의 체벌 경험은 절반에 그쳤다.
체벌을 받았던 사람들과 받지 않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신에 대한 이해는 현격하게 달랐다. 성경에 대한 이해도 신관에 따라 매우 차이가 났다. 성경이 무오하다고 믿는 사람들 중 절반 넘는 사람들이 권위 있는 하나님 유형을 믿고 있었으며, 성경이 신화라고 대답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방관하는 하나님 유형을믿고 있었다.
성경무오설과 성경신화설에 대한 각 그룹의 견해 차. 교단에 따라서도 극명하게 차이가 갈렸는데, 흑인 개신교 교단 내에서는 방관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극소수인 반면, 권위 있는 하나님을 믿고 있는 사람들은 70%에 가까웠다. 하지만 유대교의 경우는 방관하는 하나님을 믿는 비율이 50%에 달했다.
자신이 속한 교단에 따라 믿는 신의 경향도 구분됐다. 인간이 하나님을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사회, 정치적 시각도 정해진다는 것이 프로스 교수의 주장의 요지인데, 다음과 같은 예를 들 수 있다.
동성애에 대해서도 권위 있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동성애는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인식은 신앙이나 치료에 의해 동성애라는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 포함된 것이다. 반면 무신론자의 70%는 "동성애는 선천적인 것"이라고 대답해 대조를 이뤘다.
동성애가 선천적인 것인지 선택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였다. 전쟁에 대해서도 매우 현격한 입장 차이를 나타냈다. 이라크 전쟁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권위 있는 신을 믿는 사람의 비율은 59%로, 방관하는 신이나 무신론을 신봉하는사람들(25%)의두 배를 넘어섰다.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 권위 있는 신을 믿는 사람들은 무신론자의 2.5배에 달해 기독교인이 평화주의자일 것이라는 짐작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 중에권위 있는 하나님을믿는 사람(68%)의 비율도 월등히 높았다.반면, 정치적으로 자유주의자들 중무신론자가63%에 달했다.권위 있는 신을 믿는 사람 중 오직 10%만이 정치적 자유주의자로 나타났다.
믿는 신앙에 따른 정치적 견해 차이를 보여주는 도표. 하나님이 자연 질서를 거스르는 기적을 나타내고 있냐는 질문에 92%의 권위 있는 하나님을 믿는 그룹과 88%의 자애로운 하나님을 믿는 그룹이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비판적인 하나님(53%)과 방관하는 하나님(44%)을 믿는 그룹의 긍정 비율은 현격하게 떨어졌다.
권위 있는 하나님과 자애로운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 중 인간이 영장류에서 진화했다고 믿는 비율은 20%로 무신론자의 93%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지지만 생각보다는 높은 비율이었다. 무신론자 중 창조론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6%에 그쳤다.
각 유형별로 소득 분포도 소개 됐다. 가장 소득 수준이 높은 그룹은 방관하는 하나님을 믿는 그룹이었고, 그 뒤를 무신론자, 자애로운 하나님, 권위 있는 하나님을 믿는 그룹 순이었다.가장 소득 수준이 낮은 그룹은 비판적인 하나님을 믿는 그룹이었다.
'정부가 부를 재분배해야 하느냐'는이슈에 대해서는 신관과상관없이 소득 수준에 따라 편향된 분포를 보이기도 했다. "정부가 부의 재분배를 위해 좀 더 신경써야 한다"는 질문에 연 소득 3만 5,0000불 이하의 응답자들은 4분의 1 이상이 그래야 한다고 대답했으며, 무신론자 그룹이 4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10만 불 이상의 소득자들은 모두 이와 같은 정부 정책에 찬성하지 않았으며, 자애로운 하나님을 믿는 그룹만이 유일하게 12%의 지지를 보였다.
부의 재분배에 대해서만큼은 경제 조건의 차이가 신앙을 넘어서고 있었다. 자연 재해 등에 대한 신의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큰 차이를 보였다.특히 권위 있는 하나님을 믿는 그룹과 방관하는 하나님을 믿는 그룹의 격차가 가장 컸다.4%의 방관하는 하나님을 믿는 그룹만이 하나님이 직접 재앙을 내린다고 대답했으며, 88%는 하나님과 재앙은 상관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권위 있는 하나님을 따르는 그룹의 31% 이상이 하나님이 재앙을 내린다고 답했으나 같은 비율로 하나님이 재앙과는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재앙은 신이 내리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재해일 뿐인가? 이 책의 공동 저자인 크리스토퍼 배더 교수는 자신들의 연구 결과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는 복음주의자 집단과 무신론자들 사이에 넓게 존재하는 일반적인 미국인들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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